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이 마냥 행복하길만 할까? 세월의 흐름을 역행하며 잠시 멈춘 듯한 시간과 공간이 때론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을 준다. 여기 패브릭의 따듯함, 씨실과 날실이 아름다운 원단의 색감을 자아내듯이 특별한 감각과 손재주를 가진 자매가 있다. 김희영 대표와 그녀의 동생이 운영하는 대구 수성구 들안길 ‘컨츄리홈안나’에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컨츄리홈안나는 원단의 도시 대구에서 맞춤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패브릭 홈패션 전문제작업체이다. 이곳의 맞춤 패브릭 제품은 이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처음 들어선 매장안에는 기자가 한참 집꾸미기에 관심을 가지던 시절에 좋아했던 패브릭이며 레이스커튼, 유럽풍 수입그릇, 원목가구들이 가득했다. 보기만해도 유럽감성에 젖어드는 이곳 제품들을 고객들은 ‘안나스타일’이라 부른다.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보이는 목가적인 풍경을 떠올려보자. 그곳 작은 농가에는 정성 들여 만든 천 조각을 이어붙이는 패치워크 기법으로 만든 커튼이 창문을 드리우고 있다. 침대 이불보 역시 다른 듯 하면서도 어울리는 조각천들을 이어붙여 만든 것들이다. 톨 페인팅 기법으로 손 그림이 그려진 핸드메이드 원목 식탁이 있고 린넨 식탁보와 꽃무늬 앞치마와 가방이 있다. 이렇게 집이 주는 포근함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컨츄리홈안나’의 스타일이다. 

“어린시절 즐겨읽었던 서양고전동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유행이 바뀐다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감성을 가진 패브릭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김희영 대표는 사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컨츄리 원목가구점을 운영했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김대표 스타일의 가구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늘어 전국에 여러곳 가맹점도 두었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대표의 발목을 잡은건 10년전 진단받은 유방암이다. 하지만 그런 아픔조차 그녀의 사업에 대한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고. 패브릭제품 전문브랜드 ‘컨츄리홈안나’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며 오히려 일을 통해 치유를 받고 있는 셈이다.

남다른 감각을 가진 딸부잣집 자매. 그녀들의 손을 거치면 평범한 천조각도 특별한 작품이 된다. 두 사람이야말로 안나 홈의 씨실과 날실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김대표는 대내외적인 사업파트를 담당하고 동생 김실장은 디자인을 맡고 있다. 김희영 대표는 “현장에서 원단과 씨름하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자료수집의 과정에서 고단함도 있지만 마음이 통하는 동생과 함께여서 항상 든든합니다.” 라며 우애를 자랑한다. 

김대표의 파트너인 동생은 “고객분들의 요청을 하나하나 귀담아 듣다 보면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고객들과 감성을 공유하는 것이 큰 행복입니다.” 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고객이 있다. 김대표와 같은 유방암 환자였는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김대표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리는 제품 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고있다며 멀리 광주에서 대구에 있는 매장까지 직접 찾아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때론 녹록치 않은 현실에 힘들때도 있지만 이러한 고객들이 있기에 차가운 세상을 감싸 안는 따스한 패브릭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대구 수성구 들안길에 있는 매장에서는 판매와 유통, 간단한 디자인작업을 하고 서문시장 인근 작업실에서 대부분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최근에는 온라인쇼핑몰을 열고 고객들과 다양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채널에서 소통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취재 중에도 쇼핑몰에서 주문 받은 물건들을 부지런히 포장하며 천연방향제 사은품까지 꼼꼼히 챙겨 넣는다. 이번 여름에는 더 많은 곳에서 컨츄리홈안나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